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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문턱을 낮추다. 김해문화의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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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김종욱 찾기>
뮤지컬계의 스테디셀러, 그 비결에 대하여

뮤지컬 <김종욱 찾기>는 소극장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의 정석을 만들어낸 대표적인 창작뮤지컬이다. 2006년 초연된 이 작품은 제 12회 한국뮤지컬대상에서 2관왕(여우주연상, 인기스타상), 제1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4관왕(작사극본상, 남우조연상, 남우인기상, 여우인기상)을 차지했다. 2013년 중국에서 최초로 라이선스로 2016년에는 일본에서도 라이선스 공연이 이루어졌고 2010년 임수정, 공유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영화로까지 제작된 창작뮤지컬은 지금까지는 전무후무하다. 단지 세 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소극장 뮤지컬이 이룬 성과라서 더욱 놀랍다.

첫 사랑의 짜릿한 추억을 말하다

시인 박인환은 첫사랑에 대해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라고 노래했다. 세상의 중심이 온통 나였던 시기에 세상에 중심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일 수 있음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첫사랑은 그 결과가 어찌됐든 강렬하고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는다.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에 관한 뮤지컬이다. 이 작품에는 첫사랑을 찾는 여자와 첫사랑을 찾아주는 남자가 등장한다. 이 ‘남자’와 ‘여자’의 캐릭터 이름은 매번 출연하는 배우들의 이름을 그대로 쓴다. 전지현과 정우성이 출연한다면 첫사랑을 찾는 여자 배역은 전지현, 첫사랑을 찾아주는 남자의 배역은 정우성이 된다. 둘 이외에 누가 출연해도 이름이 바뀌지 않은 유일한 캐릭터 첫사랑 김종욱이 등장한다. 김종욱은 이 작품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장유정의 첫사랑 이름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김종욱은 실제적인 존재이라기보다는 첫사랑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로 봐야 한다. 작품 내에서 김종욱은 ‘턱선의 각도가 외로운, 옆모습이 아름다운’, ‘콧날에 날카로운 지성이 떨어지는, 카프카를 읽는 남자’로 묘사된다. 다시 말해 이 세상에 없는 TV 브라운관 안이나 콩깍지가 씌운 당신의 마음속에만 있는 남자라는 소리다. 이처럼 <김종욱 찾기>는 순수하고 미숙했지만 그래서 더 소중한,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했을 첫사랑을 다룬다.

그렇다고 <김종욱 찾기>가 가슴 저린 첫사랑과 운명적인 사랑을 이루는 현실에서는 매우 드문 내용의 작품은 아니다. 첫사랑은 가슴속에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다. 대부분의 첫사랑은 피천득의 수필 <인연>에서처럼 아니 만났어야 좋았을 그런 사랑이다.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을 전면으로 내세웠지만 사실은 운명적인 사랑에 방점을 둔다. 첫사랑을 찾는 여자가 작품에서 이루는 사랑의 대상은 첫사랑의 남자가 아니라, 첫사랑을 찾아주는 남자이다. 사랑을 찾아주는 과정에서 서로의 매력을 발견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다소 상투적일 수 있는 내용이다. 흔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를 조금은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이들의 사랑을 ‘운명적인 사랑’으로 포장한다. 첫사랑을 찾는 여자와 첫사랑을 찾아주는 남자의 사랑이 이루어진 후 에필로그에서 과거 여자가 첫사랑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바로 이 첫사랑을 찾아주는 남자가 스쳐 지나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자’가 우연히 첫사랑을 찾아준다는 탐정 사무소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모두 이 첫사랑을 찾아주는 남자와 운명적으로 만나기 위해 그 많은 인연들이 설계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김종욱 찾기>는 첫사랑의 이야기가 사랑의 또 다른 판타지인 운명적인 사랑의 이야기로 바뀐다. 첫사랑이 운명적인 사랑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있는 당신이 운명적인 사랑임을 은연중 암시한다. <김종욱 찾기>가 데이트 뮤지컬로 인기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로코의 상징, 멀티맨 캐릭터의 시초

이 작품에는 ‘남자’와 ‘여자’ 이외에 또 다른 캐릭터가 등장한다. 작품 내에서 ‘여자’의 아버지, ‘여자’의 많은 맞선 상대자, 택시 운전수, 노파, 다방 레지 등등등 남녀노아저씨를 가리지 않고 공연 내내 22명의 인물로 변신하는 멀티맨이 바로 세 번째 인물이다. <김종욱 찾기>가 로맨틱 ‘코미디’로 자리매김 하는 데 가장 큰 공은 멀티맨에게 있다. 시종 끊임없이 연기 변신을 하는 멀티맨은 연극적 재미를 최대한 끌어올린다. <김종욱 찾기>가 처음으로 멀티맨 역할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지만 1인 다역의 배우에게 멀티맨이라는 역할 이름을 붙여준 것이 <김종욱 찾기>였다. 그만큼 <김종욱 찾기>에서 멀티맨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게 되었고, 멀티맨은 로맨틱 코미디에서 웃음과 재미를 주는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됐다. <김종욱 찾기> 이후 소극장 로맨틱 코미디에서는 의례 멀티맨을 코믹 릴리프로 등장시키는 게 관례가 되었다.

<김종욱 찾기>는 12년째 인기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이 작품이 로코 뮤지컬의 왕좌에 장기 집권할 수 있는 이유는 현실을 긍정하면서도 첫사랑과 운명적인 사랑이라는 대중들의 판타지를 잘 녹여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쾌하고 따뜻한 이야기에 멀티맨이 극의 윤활유가 되어 연극적 재미를 더해 준다. 3인이 등장하는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치고 이 정도의 가심비가 높은 작품이 나오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다.

박병성
글. 박병성 매거진 더뮤지컬 뮤지컬평론가

한예종 연극원에서 연극학을 공부했다. 지난 2001년 <더뮤지컬>에 입사해 수석기자, 편집장, 국장을 역임했다. 뮤지컬을 중심으로 칼럼을 쓰고 있다. 콘셉트가 명확한 작품을 좋아하고, 좋은 작품은 내가 아는 사람들이 다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하나, 그것을 실천하기 위해 행동하진 않는다.

작성일. 2018.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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